"큰 일이야. 요즘 아이들은 너무 버릇이 없어!"
  "부모들이 너무 오냐 오냐 키우니까 버르장머리가 없는 거야. 옛날
  같았어 봐, 어림 반푼 어치도 없지."

   공공장소에서 천방지축 돌아다니는 아이들이 있을 때, 우리들은 이런 소리를 자주 들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이런 아이들을 자주 보게 된다. 예를 들어  보자. 버스나 기차를 타면, 한자리에 잠시도 앉아있지 못하고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면서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신발을 신은 채로 의자에 올라갈 뿐 아니라 옆에 있는 사람의 옷을 더럽히기까지도 한다. 또는 지하철의 손잡이를 그네인양 생각하고 매달려 놀기도 하고, 지하철 문이 열릴 때마다 위험한 장난을 서슴치 않는다. 물론 남의 집을 방문해서도 그 집의 세간을 자기 것처럼 마구 끄집어내어 놓기가 일수이고, 시장이나 백화점 같은 곳에서도 눈에 보이는 것마다 만져보기도 하고 또 반사적으로 사달라고 조른다. 이러한 요구를 부모가 거절이라도 하면 그 자리에서 땡깡을 부리며 울어 버리는데, 이때 이들을 달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아이들의 어머니는 처음에는 창피하고 속상한 마음에 야단도 치고, 달래도 보고, 심지어는 매도 들어보지만 아이가 더 이상 통제가 되지 않으니까 나중에는 아예 포기하고 마는 듯하다. 대부분 이런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수업 시간에 집중을 잘 하지 못하여, 선생님들로부터 잦은 지적과 체벌을 받기도 하지만 이도 잠시 일뿐 언제 야단을 맞았냐는 듯이 이전의 행동을 다시 보인다. 따라서 이런 아이들은 취학 전에는 말 배우기가 늦고 취학 후에는 학습장애가 동반된다.

   이런 아이들의 행동을 정신과에서는 주의력 결핍·과잉운동 장애(Attention-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 ADHD)라는 조금은 생소한 이름의 질환으로 부르고, 치료적 개입을 하는데 그 치료 성적이 상당히 우수한 편이다.

   주의력결핍·과잉운동장애는 아주 흔해서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 중에 약 3∼5%가 이 질환에 노출되어 있으며, 특히 남자아이들에게 더 흔해서 여자아이들보다 5∼10배정도 자주 진단된다.

   물론 이들이 모두 소아정신과 진료를 받는 것은 아니고, 상태가 심각하던지 아니면 보호자들의 소아정신과에 대한 인식이 바른 경우에만 병원에 오게 되는데, 원주와 같은 지방에서는 부모들의 이러한 인식의 부족으로 인해 대도시와 비교해 보면 진료율이 극히 저조한 편이다. 그래도 최근 들어 매스컴의 영향으로 부모들의 인식이 날로 깨어가고 있으니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필자의 경우도 매 진료시간마다 적어도 5명 이상은 주의력결핍·과잉운동장애의 아이들을 진료하고 있으니, 그 비중이 어떠한 질환보다도 낮지 않은 편이다.

   이 질환은 치료를 하지 않아도 사춘기 정도가 되면 50% 경우에서 과잉운동 자체만은 저절로 좋아지기도 하지만, 그 후유증은 상당히 넓은 영역에서 심각하게 나타나곤 한다. 즉 부주의로 인한 잦은 신체적 사고, 주의력 결핍으로 인한 학습장애 (언어발달 지연, 학교성적의 부진 등),  또래집단관계의 미숙으로 시작되는 사회성 결여, 부모에 대한 반항행동, 비행행동 (성인이 되면 깡패와 같은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되기도 한다) 등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이러한 후유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조기에 치료를 하여야 하는데, 다행스럽게도 이 질환에 사용되는 약물들은 다른 질환의 것들보다 치료효과가 월등히 뛰어나고, 부작용도 비교적 적은 편이다. 또한 치료 초기에 주의력결핍과 과잉운동이 약물치료로 좋아지기 때문에 이어서 언어치료, 행동치료, 교육 등을 병행하기가 용이해지며, 그 치료에 따른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띄게  달라진다.

   이런 변화는 아이들의 부모에게 큰 희망을 안겨줄 뿐만 아니라, 필자 개인에게도 같이 나눌 큰 기쁨을 주기도 하고, 필자로 하여금 정신과 의사가 된 것을 감사하게끔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