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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 랑 방  

                                                      제127호  : 1998. 11.  1.
                                                      발  행  인    :  박     기   창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원주기독병원 정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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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은 가을인가보다. 가을 하늘이 너무나 아름답다
   가을 하늘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싶어진다.
   아무 생각 없이 가을 하늘이 되고 싶다.
   변함없이 그대로 있는 자리가 아름답다.
   
   애교스런 눈빛으로 쳐다보는 우리 집 복돌이, 담 뒤에서 하늘을  
   향해 삐다닥하게 뻗어있는 대추나무(우리 집 것은 아니지만 용기
   를 내면 살짝 따서 먹을 수 있는 정도는 된다.)
   울퉁불퉁하게 서 있는 장독대의 항아리들, 아무데나 아무렇게나
   제멋대로 나 있는 풀들.  이 모든 것이 밉지 않고 아름답게 보인다.
   너무나 맑은 가을하늘 탓인 것 같다.

   변함없이 찾아오는 가을 하늘은 언제나 그대로인데
   내 마음은 그렇지 못하다.
   화창한 날도 있고 흐린 날도 있다.  기분이 안 좋은 날은 날씨를
   탓하는 날이다.  날씨가 흐린 탓이라고, 마음 탓 인줄 알면서도...

   오늘 날씨는 화창한 날이다. 모든 것이 있는 것 자체로도 아름
   다워 보이는 날이기에, 계속 지속되면 좋겠는데....
   날씨는 언제 바뀔지 나도 모른다.  아마 복돌이의 눈빛이 애교가  
   아니고 징그럽다고 느껴질 때가 아닐런지....
   날씨야!  많이 많이 화창해 다오
                

                                     53병동
                              최은숙 간호사

 

꿈꾸는 연필과 종이
                                 

             희  망   


슬픔을 감추려고 하늘을 보면
높은 하늘 중심에 빙빙 도는
고추잠자리

우울한 마음 감추려 하늘을 보면
높은 가을 하늘 중심에
떠 흐르는 흰 구름들

삶에 지친 마음 감추려 하늘을 보면
버티다 버티다 지쳐
마지막으로 떨어진
가을 낙엽이 허공을 휘청거리며
하늘 중심을 날리고

꽉 막힌 가슴이 답답하여
하늘을 쳐다보다 진정 나의 자리를
느낄 수 없을 때의 자신의 모습을
흐르는 강물에 깨끗이 씻을 수
없는 현실
그냥 그렇고 그렇게
삶을 포기할 때에
한 가닥 희망을 주는 그 무엇은
모두에게 공평한 사랑이겠지!

사랑은 희망의 씨앗
죽지 않는 씨앗으로 오는 봄에는
새로운 삶이 시작될 것을 믿으며
자!  떠나자 53병동을.....


       53병동  김○길

 

 


          소중함   


내게 있어 소중한 것은 사랑입니다.
내게 있어 소중한 것은 믿음입니다.
내게 있어 소중한 것은 소망입니다.

내게 있어 소중한 것은
진실된 만남입니다.
이러한 진실이 내게는 소중함입니다.
떠나는 모든 이들을 사랑합니다.
그러므로 나는 진정으로 행복합니다.

내가 사랑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지키고 싶습니다.
멀어져만 가는 내 님도
나에게 소중합니다.
그러므로 나는 내 님을 보냅니다.

다시 만날 먼 훗날을 기약하며
나에게 소중한 모든 이들을
사랑합니다.
그러므로 나는 진정 행복합니다.

만남을 위하여 나의 소중한 사랑을
보냅니다.
진정한 모든 것을 사랑합니다.

        
       53병동  김○옥

 

함께 나누는 소중한 이야기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간호학과 3학년들의 정신과 실습소감  


정신과!  별난 사람들의 세계라는 선입견과는 달리, 똑같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또 다른 세계였습니다.  거친 현실에서 너무나 숨이 찬 사람들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또 다른 방법으로 쉬어 가는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3주라는 짧은 기간동안 두 가지 종류의 사회에 적응하느라 힘들기도 했지만 환자들의 순수한 생각에 많이 감동도 받았습니다.  속고 속이고,  상처입고 상처 입히는 바깥 현실에서의 생활을 하다보니, 저의 눈에 정신과는 '미친 사람'들의 세계가 아닌, 따뜻하고 깨끗한 곳으로 남습니다.
모두의 빠른 쾌유를 빌고, 그 깨끗한 마음 늘 간직하시길....
                                                                - 손혜정 -

나와 다른 세계의 사람들을 만났다.  모르는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한다는 것, 많은 두려움과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이곳에 와서 난 너무나 순수하고 여린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빠르게 변해 가는 이 시대에 사회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이 많아지고.... 이것을 헤쳐 나가기에 이들에게는 너무나 힘이 들었나보다.
'정신과'라는 선입견과는 달리 이곳에서 나는 순수한 인간애를 배우고 간다.
모두가 하나가 되는, 진정으로 남을 배려하는 사회가 이들에게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된다.
                                                                - 백진희 -

언젠가 한번은 꼭 와 보고 싶고 과연 어떤 세계일까 궁금해 했던 곳을,
'간호학생'이기 때문에 실습을 통해 경험할 수 있음이 이 곳에 있는 사람들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사람들의 흔한 생각 중 하나가 '미친 사람'이라 인식하는데, 이 곳의 사람들을 보면서 사람들의 인식을 고쳐주고 싶을 정도였다.  상당히 여린 가슴을 가진
사람들이고,  무엇보다 사랑이 필요한 사람들 같다.  
그리고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을 못 하는 것도, 사람들의 무관심이 그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이유 같으니,  사람들이 서로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 박상금 -

 


차 한잔의 이야기

 


  그녀의 모습  

 


가을비를 알리는 것인지,
창 밖은 온통 비 소리로 가득 차 있는 이 병실 안에서
어느 가냘픈 그녀가 앉아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를 지켜본 나의 모습도
왠지 그녀와 같다는 생각아래
좀더 맑고 쾌청한 하루가 되길 빌며
작은 손을 그녀에게 내밀어 본다.

그녀의 반응- 아무 대답 없는 그녀의 입
말을 걸어 보고 싶었지만 다가가기엔 너무나
어색한 표정

하지만 어떠랴!

나와 같은 공통점이 있기에 난 행복하리
그러므로 그녀의 모습도 활기찬 얼굴이 되길 빈다.

 

 

                                    53병동
                                   노○정
프로그램의 향기

 


정신의학상식

  산만하고 부산한 아이들  

"큰 일이야. 요즘 아이들은 너무 버릇이 없어!"
"부모들이 너무 오냐 오냐 키우니까 버르장머리가 없는 거야. 옛날
같았어 봐, 어림 반푼 어치도 없지."

공공장소에서 천방지축 돌아다니는 아이들이 있을 때, 우리들은 이런 소리를 자주 들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이런 아이들을 자주 보게 된다. 예를 들어  보자. 버스나 기차를 타면, 한자리에 잠시도 앉아있지 못하고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면서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신발을 신은 채로 의자에 올라갈 뿐 아니라 옆에 있는 사람의 옷을 더럽히기까지도 한다. 또는 지하철의 손잡이를 그네인양 생각하고 매달려 놀기도 하고, 지하철 문이 열릴 때마다 위험한 장난을 서슴치 않는다. 물론 남의 집을 방문해서도 그 집의 세간을 자기 것처럼 마구 끄집어내어 놓기가 일수이고, 시장이나 백화점 같은 곳에서도 눈에 보이는 것마다 만져보기도 하고 또 반사적으로 사달라고 조른다. 이러한 요구를 부모가 거절이라도 하면 그 자리에서 땡깡을 부리며 울어 버리는데, 이때 이들을 달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아이들의 어머니는 처음에는 창피하고 속상한 마음에 야단도 치고, 달래도 보고, 심지어는 매도 들어보지만 아이가 더 이상 통제가 되지 않으니까 나중에는 아예 포기하고 마는 듯하다. 대부분 이런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수업 시간에 집중을 잘 하지 못하여, 선생님들로부터 잦은 지적과 체벌을 받기도 하지만 이도 잠시 일뿐 언제 야단을 맞았냐는 듯이 이전의 행동을 다시 보인다. 따라서 이런 아이들은 취학 전에는 말 배우기가 늦고 취학 후에는 학습장애가 동반된다. 이런 아이들의 행동을 정신과에서는 주의력 결핍·과잉운동 장애(Attention-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 ADHD)라는 조금은 생소한 이름의 질환으로 부르고, 치료적 개입을 하는데 그 치료 성적이 상당히 우수한 편이다.
주의력결핍·과잉운동장애는 아주 흔해서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 중에 약 3∼5%가 이 질환에 노출되어 있으며, 특히 남자아이들에게 더 흔해서 여자아이들보다 5∼10배정도 자주 진단된다.

물론 이들이 모두 소아정신과 진료를 받는 것은 아니고, 상태가 심각하던지 아니면 보호자들의 소아정신과에 대한 인식이 바른 경우에만 병원에 오게 되는데, 원주와 같은 지방에서는 부모들의 이러한 인식의 부족으로 인해 대도시와 비교해 보면 진료율이 극히 저조한 편이다. 그래도 최근 들어 매스컴의 영향으로 부모들의 인식이 날로 깨어가고 있으니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필자의 경우도 매 진료시간마다 적어도 5명 이상은 주의력결핍·과잉운동장애의 아이들을 진료하고 있으니, 그 비중이 어떠한 질환보다도 낮지 않은 편이다.
이 질환은 치료를 하지 않아도 사춘기 정도가 되면 50% 경우에서 과잉운동 자체만은 저절로 좋아지기도 하지만, 그 후유증은 상당히 넓은 영역에서 심각하게 나타나곤 한다. 즉 부주의로 인한 잦은 신체적 사고, 주의력 결핍으로 인한 학습장애 (언어발달 지연, 학교성적의 부진 등),  또래집단관계의 미숙으로 시작되는 사회성 결여, 부모에 대한 반항행동, 비행행동 (성인이 되면 깡패와 같은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되기도 한다) 등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이러한 후유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조기에 치료를 하여야 하는데, 다행스럽게도 이 질환에 사용되는 약물들은 다른 질환의 것들보다 치료효과가 월등히 뛰어나고, 부작용도 비교적 적은 편이다. 또한 치료 초기에 주의력결핍과 과잉운동이 약물치료로 좋아지기 때문에 이어서 언어치료, 행동치료, 교육 등을 병행하기가 용이해지며, 그 치료에 따른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띄게  달라진다.
이런 변화는 아이들의 부모에게 큰 희망을 안겨줄 뿐만 아니라, 필자 개인에게도 같이 나눌 큰 기쁨을 주기도 하고, 필자로 하여금 정신과 의사가 된 것을 감사하게끔 한다.

 

정신과 전문의 민성호

 

오고 가는 이야기들


 ♣ 병실소식 ♣

 1> 10월 2일 "요리실습" 프로그램에서 송편을 빚어 추석분위기를 느꼈습니다.
 2> 10월 3∼ 6일 추석연휴에 환우들의 외박이 있었습니다.
 3> 10월12∼24일 충주 건국대 부속병원 간호사들이 본원 53병동을
    견학했습니다.
 4> 10월18일 장진헤어아트 소속 곽 경숙 미용사 외 1분이 오셔서 환우(11명)의      머리를 손질했습니다.  자원봉사의 손길 감사합니다.
 5> 10월23일 "사랑방 모임" 프로그램에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활동중인
    백 자영 님의 메이크업 강좌가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6> 10월30일 "요리실습" 프로그램에서 떡볶이를 만들었습니다.
 7> 낮 병동에서는 사회적응훈련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볼링장, 당구장,
    영화관을 다녀왔습니다.
 8> 낮 병동의 전○희 환우가 자동판매기 관리 및 판매를 담당하고, 또한
    중앙부에서 직업재활 프로그램을 하고 있습니다.


 ♣ 직원 및 외래 소식 ♣

 1> 10월 2일 김일녀 간호사의 사회와 권오인 전공의의 기도, 한희철 목사
    (단강감리교회)의 설교로 정신과 주최예배를 드렸습니다.
 2> 10월12일 정신과 간호사들이 자체교육을 했습니다.
 3> 10월16∼17일 코레스코에서 정신치료극에 관한 자체 workshop를 했습니다.   4> 10월 22∼23일 63빌딩에서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추계학술대회가 열려
    정신과 교수 및 의국원들이 참석했으며, 다음과 같은 발표가 있었습니다.
    
    신 정호 교수 :  "알코올 중독환자의 집단치료", "일 산촌 지역 음주자들의
                    알코올 사용 및 이와 관련된 특성"
    박 기창 교수 :  "두부외상 후 시간경과와 신경정신과적 후유증"
    민 성호 교수 :  "고립적 일 산촌 지역사회의 알코올사용과 남용에 대한
                    실태조사"
    이요성 전공의:  "정신과 폐쇄병동 입원환자의 공격적 행동"

 

                       ▶  최근호   ▶ 133호    ▶  132호    ▶  131호    ▶  130호  

                                          ▶ 129호    ▶  128호    ▶  127호    ▶  12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