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랑 방

 

                                                발행인·박기창 / 편집인·김성숙

                                                               1999년 3월호  제 131호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원주기독병원 정신과

 


♤ 어느 봄날 ♤

싱그러운 봄바람이 느껴지는 화사한 오후.
당신과 같이 마시는 커피가 정말 근사하게
느껴지는 화창한 봄날입니다.

어느새 아빠의 옷을 입을 수 있을 만큼 커버린
아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든든한 마음에
입가엔 웃음이 찾아옵니다.

힘들도 바쁜 하루였지만 행복한 우리 가족의 얼굴을
생각하면 피로는 물러가고 나도 모르는 저 깊은 곳에서
에너지가 솟아납니다.

작은 일에도 감사하고, 행복을 느끼고,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변치 않게 하소서.....


                              53병동 책임간호사  
                                 이  유 경

 

 

꿈꾸는 공간
                 
                
♤ 봄의 음성 ♤

따스한 봄
보리밭에는 주둥이 노란
멧새들의 소리가 들립니다.

너무 어렸을 때
어머님의 매 한차리에
기절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내 어머님이기에
마냥 어머님의 품안이
그립기만 합니다.

이제 한세상을 기우러져 가는
나이에 접어든 저이지만
그때 어머님의 매운 손끝이
그리워만 집니다.

멧새들 보리밭 속에서
노란 구중이 벌리고
어미새의 날개 짓을
마냥 바라보며 우짖는 모습이

차마 잊지 못할 어머님의
건강하시고 활달하셨던
모습을 그리는 심성을 닮았나봅니다.

그러나 마냥 마음에만 묻어
둘 수 없어
어머님의 음성을 빌어
저를 불러 봅니다.

아들아!   당당하여라 !!


                                                 53병동 전○우

 

프로그램의 향기


 ♤ 나와 아버지 ♤


  기뻤을 때  :  아버지와 병을 고치러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에 가서 지하철도 타고 음식도 사 먹고 경치구경도 하였을 때

  나빴을 때  :  아버지가 집에서 말도 안하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책이나 읽고 TV나 보니 어디 나가서 일이나 열심히 하거나 학원 같은 곳에
가서 공부나 하라고 했을 때

  아버지는 남을 잘 이해하고, 능력 있고, 참 좋은 분이시다.

  내가 병이 있을 때도 병을 고쳐 주려고 노력하고, 애쓰실 때가 참 기억에
 남는다.

  아버지는 얼굴도 잘 생기시고, 좀 독특한 분이시다.

  아버지는 남이 싸울 때도 잘 타이르는 면이 있다.

  좋을 때는 좋은 점을 지적하시고,  나쁠 때는 나쁜 점을 지적하는 점도
계시다.

  나는 아버지를 무척 좋아한다.


                                        낮 병동  박○하

 

생각하는 오솔길


♤ 어 머 님 ♤


나에게 어머니란 이름은 생소하다.
나의 작은 마음 한구석에는 항상 어머니의 대한 미움이 움직이고
있었다.
한번도 어머니를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했던 나!
왜 그다지도 어머니를 미워했을까?

나만을 위하여 살아오셨다는 어머니. 그렇기 때문에 절대 미워해서는 안 되는 사람. 너무나도 자주 들었던 소리기에 한번도 어머니를 미워할 수 없었다.  미워해서는 안 되는 줄 알았다. 그러기에 어머니와의 거리가 점점 멀어져 가고 있었다.  
어머니의 과거......
나에게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모습이 너무 많다.
그냥 지나간 과거일 뿐이라는 명목아래 다 묻어 버리고 싶을 뿐이다.

지금은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 하신 어머니.
언제라도 쓰러지실 것 같은 어머니. 그런 어머니를 지금 나는 안쓰러워한다.  항상 나만을 위하여 살아오신 어머니.  

이제는 새로운 이름으로 어머니를 부르고 싶다.
어머니의 삶을 위로하여 행복해 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기를 나는 기도한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53병동 최○록

 

정신의학상식

♤ 착한 사람 ♤

 옛날 이야기의 주제는 착하게 살면 복을 받는다고 하는 권선징악의 이야기들이다.

정말로 착한 사람들은 건강의 면에서도 축복을 받는가?
 착한 사람들이란 남의 횡포나 폭력에 대항하지 않고 안으로 삭혀내고 참는 사람들이다. 삼종지도를 최고의 선으로 여겼던 우리 어머니들의 삶들이 그것이다.  그들이 사회를 아름답게 해줌에는 틀림없지만 그 자신은 속으로 한이 쌓이고 화병이 생길 가능성이 많다.

소위 신경성병이나 화병은 뻔뻔스러운 사람들보다 참는 사람, 착한 사람들에게서 더 잘 걸리는 것이 아닌가?
 마음에 화가 쌓이면 병이 됨은 확실하게 인정된다. 특히 한방에서는 대부분의 질병을 이러한 방식으로 설명을 한다. 화가 쌓여 간에 울혈이 생겼다든지 하는 식이고, 이것은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는 말이다. 쉽게 말하고 남의 유익보다는 자신의 유익을 아무렇지도 않게 추구하며 사는 사람이 고민도 덜하므로 병이 덜 생길지도 모른다.

이기적으로 살아야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가?
 그러나 한편 뒤집어보면 남을 위해 참는 것이 결국은 자신을 위함이 많다. 또 궁극적으로  최후의 승리를 얻게된다. '고진감래'란 말이 있다.  '고생 끝에 낙이 있다'  라는 말이다.
 섣불리 눈앞의 이득만을 쫓는 것은 먼 훗날 더 큰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기에 '착하게 살면 복이 있다' 라는 말이 나왔을 것이다.   정신의학에 매조키즘이란 용어가 있는데
학대받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을 말하는데 그들은 채찍으로 맞을 때 묘한 쾌감을 느낀다고 한다. 이때 엔돌핀이 분비되는 모양이다. 자식을 위해 남편의 학대를 말없이 참아가는 착한 여자들이 매조키즘은 아닐 것이다. 그들에게 어느 정도의 화병은 있을지라도 자식이 잘못되거나 하는 더 큰 스트레스를 예방하기 위한 삶의 방식으로 생각된다.
결국 최후의 승리자가 되기 위함일 것이다.
 
결국은 참는 게 좋다는 말인가?
 현명하게 참으면 화병도 그리 심하지 않게 넘길 수 있다. 적당하게 분출하면서 판을 깰 정도의 화풀이가 아니라 미리미리 조금씩 화를 방출하는 여유를 갖으면 착한 사람이 절대 병 걸리는 것이 아니다. 가정이나 자신이 속한 집단에 커다란 기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박기창 교수

 

함께 나누는 소중한 이야기


♤ 환경과 정서 ♤

나는 주부로서 별로 내세울 것이 없다.
솜씨가 좋은 주부들 앞에서 언제나 주눅이 들곤 한다.  솜씨 좋은 주부들은 대게 그 잘하는 것을 거의 친정부모에게서 배웠다고 한다.  요리, 바느질, 뜨개질 등등... 그때마다 난 그들이 부럽기도 하고, 고개를 들 수 없도록 살아온 것이 부끄럽다.
어머니의 행상으로 생활을 꾸려가던 우리집은 어머니의 바쁘신 가운데 특별한 음식 한번 제대로 먹어보지 못하고 배우지도 못한 채 시집을 왔고, 시댁 역시 궁색한지라 맛난 음식 한번 제대로 양념갖춰 만드는 것을 보지 못한 채 아이들이 성장해 버렸다.  할 줄 아는 것이 별로 없던 나는 그런 것들을 마음에 두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속에서 아이들 도시락 반찬에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아니 쓸 줄 몰랐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한끼라도 굶지 않는 것만이 다행으로 여기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내 시대와 달라서 반 친구들의 도시락 반찬까지도 비교하며 상처를 받았나보다.
도시락 하나 싸는 것에도 정성이 필요한 것인데 나의 습관적인 무성의하고 솜씨도 없고, 그렇게 싸주는 도시락을 먹을 때마다 아이들은 엄마를 수없이 원망했으리라!  특별메뉴 한번 맛나게 해 주지 못한 것이 아이들에게 기를 살려주지 못한 것일까? 내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애들은 먹는 것에도 퍽 주눅이 들었나보다.
어느 해 한번 운동회 때 김밥 한 통 달랑 싸 보내고, 나와 남편은 돈을 벌러 간적이 있었는데 애들은 운동장 구석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부모님들과 푸짐한 점심을 먹는 애들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두고두고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부모가 운동회하는 애들을 지켜보는 것이 얼마나 마음 뿌듯한 일일텐데 우린 그 마음을 채워주지 못한 때가 있었다.
내 어머니가 운동회에 오시지 않았고, 소풍에도 함께 간 기억이 별로 안 난다.  어머니가 내게 싸주시던 성의없는 도시락처럼 나도 애들에게 똑같이 대물림을 한 것일

까?  부모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작은 것에서 아이들은 크나큰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되는 것인가 보다.

그렇지만 나는 여느 어머니들보다 특히 뜨개질을 잘해서 언제나 예쁜 실로 스웨터, 조끼, 치마 등을 떠서 입혔다.  그럴 때 아이들은 그것을 자랑도 하고, 선생님께 좋겠다는 칭찬도 들었다.
그리고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남들은 다니지 않는 피아노 학원에도 보냈다. 그래서 남보다 교육열에 힘쓰는 부모가 되리라고 자부했었다.  그런데 왜 아이들은 잘해준 것에 대해선 기억을 안하고 또 고맙게 생각하지도 않고 부모가 못해준 것에 대해서만 마음의 상처를 받을까?  나는 어머니가 행상으로 바쁘실 때 설거지와 밥하는 것을 내 몫으로 알고 자랐다.  그리고 그 일에 대해 충실했었다.  또한 돈을 벌어 우리를 공부 가르치시는 어머님이 항상 존경스럽고 감사했는데 왜 요즘 아이들은 내가 바쁠 때 도와 달라는 요청에 대해 불평만을 늘어놓는 것일까?  나는 어려운 시절 유년시절을 보냈고 내 아이들은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으니 그것도 시대 탓일까?  세대차이라서 그럴까?  따지고 보면 요즘 아이들은 학원, 학교 생활, 종교모임 등으로 하는 일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것을 내가 일찍 깨닫지 못한 탓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받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주는 방법을 모르는 것일게다.  사랑도 마음으로만 알고 있을 뿐, 주는 방법은 모른다.  내가 보고 느낀 것이 많아야 애들에게도 베풀 것인데 참으로 자라온 환경이 여러 가지로 정서적인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음성은커녕, 언제나 퉁명스러웠던 엄마의 목소리가 지금의 내 모습이 아닐는지??  내 아이들에게 언제나 좋은 말 한번 못해주고 맛난 음식 정성들여 만들어주지 못했었다.  생활고에 매달려 열심을 다하는 것만이 최선을 다하는 것 인줄만 알고 그 일로 목청을 높이며, 유난을 떨었다.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한끼의 식사 때라도 정성을 들이려 한다.  아이들 시대에 발맞추려 한다.  마음속으로만 사랑하던 것을 겉으로 드러내보자.  

특별 요리도 배워 애들의 깜짝 놀란 환호소리를 들어보리라.  속으로만 감추어진 엄마의 면모를 표출해 보자.  
물질적인 것보다 인정받는 부모, 사랑을 가르치는 부모가 되어보자.  
내 아이들이 또 다른 이들에게 사랑을 나눠질 수 있도록....

 

                        정○희 (낮 병동 퇴원 후 학교에 복학함) 어머니

 

사랑방 소식

 ♣ 병실소식 ♣

 1> 매주 수요일 면회시간 중 오후 1시에 가족교육 모임을 합니다.
           3/ 3 - 정신질환의 증상               3/10 - 입원치료
    3/24  - 약물치료                    3/31 - 응급상황
 2> 3월 5일 "요리실습" 프로그램에서 탕수육을 만들었습니다.
    최○록 환우가 요리사로 활약한 덕분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3> 3월부터 "종이접기" 프로그램이 월요일 오전 11시에서
    수요일 오전 9시 30분으로 변경되었습니다.
 4> 3월 8일 김성숙 사회복지사가 담당하는 내과 알콜환자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이 시작되었습니다.       장소 : 낮 병동 회의실   
    시간 : 월요일 오전 11시, 목요일 오후 1시 30분
 5> 3월 19일 "사랑방 모임" 프로그램에서 연세대 원주의대 간호학과
    사물놀이 동아리의 공연이 있었습니다.
 6> 3월 22일 월요일 오후 1시 30분에 "춤요법·시치료"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7> 3월 26일 "사랑방 모임" 프로그램에 안정숙 교수의 영국과
    주변 나라들에 대한 슬라이드 상영으로 유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 직원 및 외래 소식 ♣

 1> 3월 1일부터 3개월간 신승우 선생님께서 신촌세브란스 병원으로
    파견근무 나갔고, 유병국 선생님께서 본원에서 파견근무 합니다.
 2> 3월 1일부터 전성균·박새한 선생님께서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3> 정신보건전문요원 2기 수련과정 모집을 하여 3월 4일부터 26명이
    시작했습니다.  본원에서는 53병동 이경희·최은숙 간호사가 합니다.
 4> 3월 26일 가톨릭 의대에서 열린 대한정신약물학회에 신정호 교수,
    한준규·김혜경 선생님께서 참석했습니다.
 5> 박진한 교수는 본원을 사임하고 원주의료원 정신과장으로
    3월 1일부터 근무하십니다.
 6> 원주의료원 정신과장으로 근무하시던 이상일 과장은
    서울 남서울 병원에서 치매클리닉을 담당하고 계십니다.

 

                       ▶  최근호   ▶ 133호    ▶  132호    ▶  131호    ▶  130호  

                                          ▶ 129호    ▶  128호    ▶  127호    ▶  12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