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랑 방

 

                                                       발행인·박기창 / 편집인·김성숙

                                                        1999년 4월호  제 132호


 ♤ 선생님, 무슨 낙(樂)으로 사세요? ♤

  어느 여자 대학생 환자의 질문이다.
그는 낮 병동 재활치료를 받고 지난 3월초부터 복학하여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였다.
  이런 질문은 그 동안 여러 환자들로부터 많이 받아서 식상한 질문이기도 하다. 그때마다 보충질문으로 "나처럼 매일 아프다는 사람들만 보고,
또 선생님은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무슨 재미로 사세요?" 라고 한다.
그때마다 나도 내심 나에게 반문한다.  
'그래, 나는 무슨 재미로 살까? ! ......'

  아!  드디어 오늘, 나는 무슨 재미로 사는지 알았다♡♥♧.
이 질문을 했던 여대생이 최근 나에게 해 준 자신의 경험담 - "선생님,
남보다 뒤쳐졌어도 교수님과 관계가 형성돤다는 것을 알았어요!"- 하며
얼굴에 홍조를 띠고, 인간관계에 대하여 새롭게 깨닫고, 자신감을 갖게
된 자신의 경험얘기를 할 때 나는 그가 무척이나 대견스러웠다.
바로 그런 낙(樂)으로 나는 살고 있다.

  늘 치료자는 환자에게 일방적으로 도움만 주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환자도 치료자에게 얼마나 큰 즐거움을 주고 있는가?

  그의 질문과 경험담에 감사하다.
그는 "한달간 교생실습을 갑니다. 그 후에 뵙겠어요." 라며 씩씩하게
인사한다.
그가 어떤 새로운 경험을 할런지 몹시 궁금하다? ! ......
그 날의 일이 다시 그를 만나는 날까지 나를 흐뭇하게 해 주었다.


그의 새로운 깨달음과 변화를 몸 떨리게 느끼는 것이 나의 사는 낙(樂)이다.
                                      
                                      
                         작업치료사 이 연덕(낮 병동 담당)

 

꿈꾸는 공간
                 
♤ 삶!  세상 살이? ♤

언제나 난 웃고만 싶죠.
세상이 날 힘들게 할지라도......

가끔은 난 흐뭇해 울죠.
세상이 날 가끔 웃겨줄 때는......

삶이 힘들 땐, 혹 세상살이 살기 싫을 땐
그저 그냥 웃어버려요.  아님 속 시원히 울어요.

근데도 아무 느낌이 없다면, 아무 감정이 없다면
그땐 삶을 포기했거나 세상살이를 다 알아버렸거나
둘 중 하나일거예요!

날 이해하나요?
그래도 삶은 퍽 좋은 거구요.
그래서 세상살인 참 아름다운 거네요.


                            53병동 박○균

 

♤ 내가 받고 싶은 선물 ♤

세상의 그 무엇보다 소중한 그것
그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세상의 희로애락을 모두 경험하여라.

세상의 모든 생물과 동물 그리고 우리들이
항상 바래왔던 아주 소중한
그것은 바로 사랑인 것이다.


                            53병동 류○근

 

프로그램의 향기

 ♤  어 머 니  ♤

어려서부터 나는 유난히도 잔병이 많았다.
특히 감기를 많이 앓았는데 그 중에서도 축농증이 가장 심했다.
그래서 학교 마치고 하루에 한번씩은 병원에 가게 되었다.
그때만 해도 시골에 살았던 나는 원주를 하루에 한번은 나올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래서 마냥 좋았다.
그렇게 나올 수 있게 만들어준 어머니가 좋았다.
그리고 과자 한봉지씩 사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어느 날인가 한 번 시장을 지나갈 때였다.
바나나가 귀하던 그때 바나나를 처음 보게 된 것이었다.
내겐 사건 그 자체였다.  나는 사달라는 소리도 못하고, 멈춰 선채로
그 곳을 떠나지 않았다.
그때 어머니가 눈치 챘는지 하나를 사주었다.
그날 처음 먹어본 바나나는 굉장히 맛있었다.

                                          백○기 (낮 병동 퇴원)


 ♤  어 머 님  ♤

  힘든 가정 살림을 꾸려 가시면서 자식들의 교육문제나 친구들과의 교우관계를 힘써 주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항상 생각하며 자라온 나는 올바른 효(孝)를 생각하며 살았다.
  이제는 생각이 아닌 실천으로 옮겨, 어머니께서 마음 편하도록 모셔야
한다.  준비는 열심히 했다.
  이제 퇴원하면 후회없이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낮병동  박○익

 

생각하는 오솔길


♤ 그리운 얼굴 하나 ♤

어머니!
당신은 어디에 계시기에
이 마음 이렇게 아프게 하십니까?
내가 아픈 만큼 당신도 아프십니까?

큰소리로 외쳐 부르지만
메아리만 울려 퍼질뿐
이 마음에 찬 바람만이 가득합니다.

혼자가 외로워서 흐느끼는 밤
내게 들려오는 작은 소리가
당신의 기도 소리입니까?

어머니!  
그리운 마음 만큼
비례하는 미움도 크니
내 마음 당신은 아십니까?

어머니! 나의 그리움이시여!
언제나 그 얼굴 뵈올 수 있겠습니까?
꼭 한번만이라도 볼 수 있다면......

오늘, 아니면 내일
저는 당신이 오실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나의 어머니시여!!

                                                 53병동 김○아

 

정신의학상식


♤ 오월과 가족치료 ♤

  오월 들산 나무들의 쑤욱쑤욱 올라오는 통통한 줄기와 연초록 속잎이 아이들의 건강한 모습을 연상시킨다. 자연이 사계절을 타고 순환하듯이 가정도 가족의 성장과 함께 변화하고 순환한다.
갓난아이 준이가 태어나자, 아버지는 하룻밤 사이에 할아버지가 되었다. 그의 아들은 갑자기 아빠가 되고, 어머니는 할머니가 된다. 이제 가족들은 새로운 역할 속으로 뛰어들어야만 한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역할, 새로운 관계는 누구에게나 적응하는 데 힘이 드는 스트레스원이다.

  가족이란 아빠 한 사람, 엄마 한 사람, 아들 한 사람, 딸 한 사람이 모여있는 집단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가족은 각 자를 따로 떼어 구분해 놓을 수 없는 한 덩어리이다. 가족 구성원 사이에‘관계’라는 단단한 끈이 얽어매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족중 한사람에게 어떤 사건이 생긴다면 그와 나머지 가족과의 관계에,
그리고 가족이라는 한 덩어리에 반드시 변화가 따를 수밖에 없다.
 
  청소년이 된 준이가 기분이 불안정하고 학교친구들, 선생님에게 적응하지 못하여 정신과 병동에 입원하게 되었다고 하자. 아빠는 엄마가 아들을 잘 키우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엄마는 아빠가 아들에게 무관심했다고 생각한다. 삼촌은 조카를 귀찮아했던 일을 후회한다. 할머니·할아버지는 멀쩡한 손자를 정신과 병원에 가두었다고 화를 낸다. 이제까지 아무런 문제도 없는 것 같았던 가정에 갑자기 빨간 경고등이 켜지고 비상벨이 요란해진 것이다. 한 동안 서로를 질타하던 분위기는 가족면담이 시작되면서 사그러 들고, 아들 문제의 원인을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살펴보게 된다. 최근 아빠가 지방으로 발령을 받아 내려가신 후로 엄마가 두 집을 오가며 살림하느라 아들에게 소홀해진 것이 원인이었을까! 삼촌이 보는 성인용 비디오를 몰래 보다가 들켜서 엄마에게 야단맞았던 일이 충격을 주었을까!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조부모 집에서 자라면서 과잉충족되어 좌절에 대한 인내심이 약한 것이 문제였을까! 엄마가 임신기 동안 직장 다니고 시부모 모시느라 스트레스 받은 것이 아이를 부적응적인 기질을 가지고 태어나게 한 것일까! 등등.

  가족면담은 환자의 증상형성이 가족과 어떤 관련성을 갖는지 평가하는 과정이다. 환자의 증상해소에 가족치료가 중요하다는 평가가 내려지면 약물치료와 개인정신치료에 가족치료가 덧붙는다. 어떤 환자는 병원에 입원만 하면 수일 내로 증상이 사라지고 생활을 잘 하는데 퇴원하여 집으로 가면 바로 악화된다.
심지어는 가족면회만 하면 증상이 다시 심해지는 환자도 있다. 가족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증거이다. 이런 경우에는 개별가족치료가 필수이다.

  또한 모든 환자 가족들에게 정신질환과 치료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퇴원 후 증상이 눈에 띄지 않으면 '이제 정신력으로 이겨내라' 며 투약중단을 권유하는 부모가 있다.   약물의 부작용이 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며,
재발을 예방하려면 가족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재활을 위해서 가족이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등등은 집단가족교육/치료를 통해 익힐 수 있다.

  환자에게 영향을 가장 많이 주었고 앞으로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가족이다.    환자-치료자-가족이 손발을 맞출 때 최선의 결과가 나온다는 당연한 진리를 오월, 이 가정의 달에 다시 한번 강조해 보고 싶다.
                                                        안 정숙 교수

 

함께 나누는 소중한 이야기


♤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 ♤


1.  그 사람의 별명을 짓는다면?
    ☞  없음

2.  그 사람과 가장 비슷한 동물은?
   (모습이나 성격이나 기타 등등의 면에서)
    ☞  표범

3.  그 사람을 색깔로 나타낸다면?  그 이유는?
        ☞  파란색

4.  이런 면이 좋아요.
        ☞  항상 한결같다.
            사람들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5.  그 사람의 단점 3가지는?
        ☞  생각이 너무 많다.
            다른 사람의 말에 신경을 쓴다.
            일 처리를 혼자서 다 하려고 한다.

6.  그 사람은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  이해심은 있지만, 인간관계가 그다지 넓지 않은 것에
        대해 걱정한다.

7.  그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속에 있는 말이나, 어려움 들을 친구나 가족들과 함께 나누고
        해결해 나가면 좋겠다.
  

 

치료단상


  봄이 다 지나가고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서 시원한 가을 바람이
그리워진다. 아마도 조금씩 텁텁해지는 공기가 싫어서 리라......

  원주의 봄은 너무 짧다. 개나리가 피고, 진달래가 핀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이제는 자취를 볼 수가 없다. 사랑하는 사람의 자취가 사라지듯이....

  정신과에서 근무한지도 3개월이 되어간다. 강남병원에서의 인턴생활을 마치고 짐을 챙겨 곧장 원주로 내려왔던 것 같다. 아마도 레지던트가 된다는 기쁨에 조급했던 것 같다.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어느덧 나의 주위에 사람들이 많아졌다. 인턴 때는 이곳, 저곳이 다 익숙한 곳이었고, 또한 그 모두가 어색한 곳이었다. 나는 항상 여러 곳을 서성거렸고, 한 장소에서 자리잡고 싶어했다.
이제 나는 터를 잡고 나의 주위를 볼 수 있다. 생각했던 것 보다 나의 주위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입국식을 하고 나서야 정식으로 정신과란 곳에 발을 들여 논 것 같다. 아직은 서툰 점이 너무 많아서 주위의 도움에 많은 것을 의지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리라......

  지나가는 봄을 그리워하는 것일까?
  여름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자꾸만 가을이 생각이 난다.

  너무 빨리 지나가는 봄을 아쉬워하지 말아야지!
봄을 되돌아보며 여름을 대비하지 못했고, 여름이 벌써 시작되었다는 것도 눈치 채지 못했다.

  땀을 흘려 보고 싶어졌다. 땀을 흘리기에는 여름이 적당하다.
아무리 많은 땀을 흘려도 모두가 여름이라서 당연하게 생각할 것이다.
어느 정도의 땀 냄새도 눈감아 줄 것 같다.
어쩌면 내가 땀에 흠뻑 젖어 있어도 눈치를 채지 못할 수도 있겠지......

  땀을 흘리며, 시원한 가을 바람을 그리워해야겠다.

                                                    전공의 박 새한

 

사랑방 소식

 ♣ 병실소식 ♣

 1> 4월 1일 박현경 영양사로부터 식단에 관한 제반설명과 건의사항을
    토론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2> 4월 3일 김성숙 사회복지사가 담당하고 있는 알콜중독 환자의
    가족모임(매주 토요일 오전 11시 30분∼12시 30분)에 한준규 전공의가 함께 담당합니다.
 3> 4월 13일 종합관 강당에서 열린 부활축하찬양예배에 김○아, 나○자, 안○현 환자가 참석했습니다.
 4> 4월 23일 "사랑방모임" 프로그램에서 이용미 영양사의 성인병과
    건강식이란 주제로 강좌가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5> 4월 29일 장진헤어아트 소속 미용사 2명이 환자 15명의 머리를 손질
    했습니다.  자원봉사의 손길 감사합니다.
 6> 4월 30일 "사랑방모임" 프로그램에 안중석 계장(원주소방서)의 응급
    상황 대처방법과 안전교육에 관한 강좌가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7> 4월의 "요리실습" 프로그램에서 떡볶이와 핫케익을 만들었습니다.
 8> 낮 병동에서는 사회적응훈련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영화관,
    매지리캠퍼스내 산행(등산)을 갔다왔습니다.

 ♣ 직원 및 외래 소식 ♣

 1> 4월 1일 정신건강의 날 기념 "우울증 선별의 날" 행사를 원주 MBC
     공개홀에서 개최하여 100여명 정도가 참여했습니다.
 2> 4월 9일∼10일 광주에서 열린 춘계신경정신과 학회에 신정호·박기창 교수와 의국원들이
     참석했습니다.
 3> 4월 17일 춘천에서 열린 강원지부학회에 신정호·박기창·안정숙·
     민성호 교수와 의국원들이 참석했습니다.
 4> 4월 28일 교수와 전공의의 집담회가 있었습니다.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원주기독병원 정신과

 
                                  ▶  최근호   ▶ 133호    ▶  132호    ▶  131호    ▶  130호  

                                                            ▶ 129호    ▶  128호    ▶  127호    ▶  125호